2011년 4월 8일

비숍에 관한 흥미로운 생각: 스프린터 셀의 시뮬레이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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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의 업데이트네요 (-_-;)

오늘은 클린트 호킹이 쓴 “비숍에 관한 흥미로운 생각”이란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호킹이 2004년 3월 게임 개발자 회의(GDC)에서 발표한 강연의 대본을 번역한 것인데요. 그가 유비소프트에 입사해 처음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인 《스프린터 셀》(Splinter Cell)을 사례로 들어 “게임에서 시뮬레이션의 경계 문제”를 고찰한 강연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무엇을 할 수 있게 하고 할 수 없게 할지, 그런 경계가 왜 필요한지, 플레이어가 그 경계를 넘게 하지 않으면서 흥미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는 고민들입니다.

글 초반에 체스를 예로 드는 부분이 있는데, 체스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석으로 체스에 대한 보충설명을 넣었습니다. 이 부분을 구성하는 데는 하이얼레인 님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또, 후반에는 스프린터 셀 1편의 게임 속 장면을 여러 번 예로 들기도 하는데요. 이 부분은 게임을 해보지 않았어도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해 따로 주석을 달지는 않았습니다.

클린트 호킹의 강연은 ‘클린트 호킹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계속 번역할 생각입니다. 아마 2-3개월에 한 편 번역하는 주기로 갈 것 같습니다.

수정: agency에 대한 번역을 ‘에이전시’에서 ‘작인’으로 고쳤습니다.

 

소개

제 이름은 클린트 호킹입니다. 오늘은 제가 비숍에 관해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을 말하러 왔습니다.

먼저 몇 가지 소개하면서 시작하고 싶군요.

유비소프트

게임 디벨로퍼지는 2003년 9월호에서 유비소프트(Ubisoft)를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큰 퍼블리셔로 평가했습니다. 또 스태프가 1,260명으로 일곱 번째로 내부 개발자가 많기도 하네요.

2003년 기준으로 그 중 500명 정도가 몬트리올 지부에 있었습니다. 현재는 650명 정도고, 2004년 중순에는 몬트리올에만 800명 정도를 목표로 합니다. 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신나는 시간이죠.

여러분이 들어봤을법한 최근 유비소프트 타이틀 중 몬트리올에서 나온 건 《스프린터 셀》(PC, 엑스박스)과 《레이븐 쉴드》, 《레인보우 식스 3》(엑스박스),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가 있습니다.

유비소프트의 다른 지부에서 만든 게임은 《써틴》과 《비욘드 굿 앤 이블》, 상하이 지부에서 만든 PS2용 《스프린터 셀》, 또 상하이에서 만들고 프랑스 안시에서 멀티플레이어를 만든 《스프린터 셀: 판도라 투머로》가 있습니다.

클린트 호킹

저로 말할 것 같으면, 네, 클린트 호킹입니다.

저는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에서 일합니다. 제가 게임 업계에서 처음 맡은 일은 《스프린터 셀》의 레벨 디자이너였습니다. 알파 데드라인 때는 저희 리드 레벨 디자이너가 다른 일을 하러 가서 제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베타 데드라인 때는 각본 작가가 떠나서 제가 그 자리를 맡게 되었죠. 콘텐츠를 자르거나 변경하면서 생기는 각본의 변경사항을 처리하고, 게임을 명확하게 하면서 난이도 조절을 거들 글을 쓰고, 현지화 문제를 도와주는 일이 대부분이었죠.

지금 제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리드 레벨 디자이너이자 각본 작가로 일하고 있어서 꽤 바빠요. 기록을 바로 잡으려고 말씀드리는데…〈판도라 투머로〉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 강연

제 소개가 끝났으니, 강연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음, 먼저 강연이 다루지 않는 것을 말씀드릴게요. 그래야 방을 잘못 찾은 분이 있으면 원하는 걸 들으러 가실 수 있죠.

이 강연은 〈판도라 투머로〉를 다루지 않습니다. 첫 번째 《스프린터 셀》 타이틀을 다룹니다.

강연 제목이 오해를 살 수도 있는데, 체스에 대한 강연도 아닙니다. 전 체스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박식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도 제 주제에 관련해서는 체스의 구성요소를 몇 가지 이야기할 겁니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이야기하려고 나온 것도 아닙니다. 비행 시뮬레이션이든 탱크 시뮬레이션이든 롤러코스터 시뮬레이션이든 《심즈》든 어떤 유형의 시뮬레이션이든, 오늘 주제와 일반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점만 빼면 말할 일이 없습니다.

그럼 이 강연은 무슨 내용일까요?

네, 《스프린터 셀》에 대한 겁니다.

《스프린터 셀》에 대한 겁니다. 《스프린터 셀》의 디자인 은유와 그 은유가 시뮬레이션에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까에 저희의 기준이 된 개념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물리적 경계에 대한 이야기와도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그보다는 개념적인 의미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고, 여러 계층에서 이뤄지는 플레이어와 게임 세계 간의 실질적이고 암시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강연이 《스프린터 셀》을 빈번한 예시로 사용하더라도, 보편적인 게임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라는 겁니다.

용어

깊이 들어가기 전에 용어 몇 가지를 정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강연 제목에 있는, 알아먹기 어려운 ‘시뮬레이션 경계’부터 시작해보죠.

먼저, 시뮬레이션은 “다른 시스템의 기능을 수단으로, 어떤 시스템이나 과정의 기능을 모방하는 표현”이라고 정의합니다.

경계는 간단합니다. 어떤 것의 가장자리죠.

그래서 시뮬레이션 경계는 “시스템을 모방하는 표현이 멈추는 선”으로 정의합니다.

아니면 더 간단히 말해서…“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플레이할 수 없는 부분”으로 하죠.

이 용어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친숙한 시뮬레이션 경계의 예시를 영화에서 두 개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배경 그림이 시뮬레이션 경계 너머입니다. 전경에는 배우나 소도구, 의상, 세트가 있죠. 하지만, 창 바깥의 굽이치는 산은 배경 그림이고, 영화 세계에서의 어떤 작용도 그림 속 요소에 닿는 일이 없습니다.

비슷하게, 인물의 배경이야기도 시뮬레이션 경계 너머입니다. 배경이야기는 영화의 시간 틀 바깥에서 인물에게 일어났던 일로, 암시되거나 직접적으로 알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작용 내에서는 바뀌지 않죠.

또 언급해야 할 용어는 ‘작인’(作因, agency)와 ‘의도성’(intentionality)[1]입니다.

모두들 이 용어를 들어보셨을 테니, 여기서는 제 색깔을 드러내 보죠. 이 두 개념은 제가 게임을 만드는 접근법을 잡는 데 정말 도움을 줬고 제가 여기서 말할 것의 많은 것을 특징 지웁니다. 그러니까…

작인은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하고 그 결정과 선택의 결과를 보게 하는 만족스러운 힘이다.

그리고 의도성은요.

플레이어의 의도는 플레이어가 게임 역학의 이해를 통해 자신만의 의미가 있는 목표를 궁리하고, 그를 이루고자 게임이 제공하는 정보와 자원을 이용해 의미 있는 계획을 조직하는 능력이다.

앞으로 몇 번 언급할 또 다른 용어는 제가 웹 디자인 일을 할 때 알게 된 용어인데요. 소프트웨어와 이용성 디자인은 물론 디자인 전반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디자인 은유’(design metaphor)입니다. 저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에 유추하여 모든 디자인 결정을 알려주는 통합된 테마 구성으로, 게임에서 그것을 표현하면 게임이 어떻게 자신의 행동에 반응할 것인지 플레이어가 학습하고 이해하기 쉽게 한다.

이 용어의 정의에는 양쪽 끝이 있다는 걸 빨리 알아채는 게 중요한데요. 한쪽은 디자이너에 적용(우리의 디자인 결정을 알려주는 것)되는 것이고 한쪽은 우리의 청중에 적용(우리의 디자인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되는 것입니다.

자, 그럼 이제 우리가 여기 온 이유로 돌아가죠.

우린 여기에 비숍에 관한 흥미로운 생각 때문에 왔습니다.

비숍에 관한 흥미로운 생각?

모노리스(Monolith)의 크레이그 허바드(Craig Hubbard)가 말했습니다.

실생활에서 비숍[주교]은 어디든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다. 체스에선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2]

저는 이 말이 정말로 중요한 무언가를 단순하면서 힘 있게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가장 잘 디자인되었으며, 아마 가장 많은 수익을 낸 게임이, 현실을 흉내 내도록 디자인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체스는 할 필요도 없었던 것을 수억 달러의 산업이 매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어 시도한다는 걸 생각하면 기이한 일이죠.

비숍을 더 자세히 관찰하기 전에 체스부터 파헤쳐 보죠.

제가 감히 체스의 디자인 은유를 말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동등한 계층제 봉건 국가 사이의 전략적 전쟁

간략하게 분석해볼게요. 체스가 전략적인 이유는 공격과 방어의 세부사항이 아니라 위치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의 솜씨를 계산에서 뺀다면 그 발단에는 수치로든 전략으로든 양측이 동등하죠. (하얀 말이 먼저 움직인다는 것을 빼면) 누구에게 어떤 이점도 없습니다. 체스가 계층적인 건 체커와 달리 각각의 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말은 다른 말보다 더 강하고 중요하죠. 그건 다양한 방식으로 봉건적 계층제를 반영합니다.

체스의 은유가 그렇다면, 무엇이 그 은유를 뒷받침할까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유닛의 이름과 역할, 유닛이 움직이는 방식, 유닛 간의 비교 우위와 개수, 심지어 유닛의 상호작용까지 도요. 나이트는 보병 열을 넘어서 돌진하는 능력으로 기병대처럼 행동하고, 룩은 제때 좋은 위치에 두면 큰 이득을 얻는 식으로 포병대처럼 행동하죠.

이제 비숍을 보죠. 얼핏 보면, 비숍은 퀸, 나이트, 룩 같은 비슷한 말과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죠.

사실, 보통 처음에는 비숍이 대충 룩과 비슷한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둘 다 완전히 판을 가로질러 움직일 수 있죠. 한쪽은 게임 초반에 움직이고, 한쪽은 후반에 움직입니다. 둘 다 ‘어디든’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해보면, 비숍이 극도로 제한된다는 걸 깨닫습니다. 폰이 퀸으로 승진할 수 있는 능력까지 생각해보면, 비숍은 실상 말판에서 지역적으로 가장 제한되는 말이죠. 비숍은 그저 몇 칸만 제한되는 게 아닙니다. 비숍은 말판의 절반에 갇혀 있어요. 그런데 어디든 갈 수 있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또, 비숍 각각이 다른 색에서 움직이니 비숍 하나를 잃으면 다른 비숍이 대신할 수 없어요.

그래서 최종 분석을 하자면, 비숍은 룩과 대등하지 않고, 나이트와 더 대등하죠. 여전히 쓸만하고 버릴 말은 아니지만, 처음 생각처럼 강력하진 않죠.

그래서 이게 시뮬레이션 경계와 무슨 상관일까요?

체스에 ‘디자이너’가 있다 치면…분명히 퍼블리셔로부터 수익을 나눠갖지 못했겠죠. 하여튼 그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그가 내린 가장 중요한 결정은 비숍[주교]을 현실의 주교처럼 어디든 갈 수 있도록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체스 게임은 실제 세계에 있는 주교의 움직임을 모사[시뮬레이트]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그것이 게임의 질을 높이고, 그것이 게임의 디자인 은유를 채우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럴까요? 여기서 은유를 조금 확장해야겠는데요. 비숍[주교]이 그 색깔을 유지하려고 종교적 서약에 구속된다고 합시다. 말이 되죠. 그 움직임은 봉건 국가의 종교 지도자가 휘두르는 ‘폐쇄적인 권력 체계’를 묘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권력 체계가 ‘왕의 귀’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죠. 그 색상에 구속됨은 내부 분파의 표현으로 볼 수 있죠. 심지어 비숍의 움직이는 방식이 폰의 공격 움직임에도 반영되어서, 살해를 위해서는 종교적 확신이 필요함을 반영한 은유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논의가 너무 지나치게 확대되었는데요. 그런데 그 은유가 아주 깊고 잘 이어져 있는 게 체스가 훌륭한 게임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 은유의 깊이 때문에 쉽게 논의가 확대될 수 있죠.

중요한 건 비숍의 움직임에 디자인된 제약이 시뮬레이션 경계를 확립하는 겁니다. 비숍의 움직임은 현실의 규칙에 영합하지 않고 디자인 은유를 충족합니다.[3]

샘 피셔

《스프린터 셀》도 같은 방식으로 들여다보죠.

저희가 이 디자인 은유를 어딘가 적어놓고 게임을 만든 척은 하지 않겠지만, 이거 하나만은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 위기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있는 저수준 사건들의 정보전

풀어보면, 정보전은 물리적 전투가 중심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수준은 게임이 그 배경 막인 국가나 정치 조직이 아니라 개인들에 직접적으로 관계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그 개인들은 ‘티핑 포인트’, 그러니까 작은 사건이 커다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프린터 셀》의 관념은 플레이어가 취하는 작은 행동이 국제 관계에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무엇이 이 은유를 뒷받침할까요?

음, 이야기나 인물, 설정 등의 요소는 분명히 그렇죠. 더해서 샘의 장비, 움직임, 장치, 도구도요. C4로 문을 폭파시키는 것보다 자물쇠를 따는 게 디자인 은유를 더 잘 충족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자물쇠를 따는 작은 행동으로 돌아가네요.

또, 적과 적 주변을 관찰하는 게임플레이도 그것을 뒷받침합니다. 이 게임의 훔쳐 보길 좋아하는 성격이 은유의 정보 수집 측면을 강화하는 것이죠.

또 샘은 작용/반작용 모델입니다. 과감한 입력은 과감한 출력으로 이어지니 플레이어에게 계획된 신중한 플레이를 장려합니다(스스로 인정하듯 이 부분은 잘 안 되었지만요). 그리고 가장 낮은 수준인 게임 컨트롤러의 메커닉 수준에서 아날로그 상호작용은 민감하고 위태롭죠. 그러면 그것들이 높은 수준인 스크립트와 인물에 반영됩니다.

디자인 은유를 추구하는 건 그게 의사결정을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 은유를 뒷받침하는 모든 것을 시뮬레이트하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무시해야 한다.

자, 아까 비숍을 살펴봤던 것처럼 샘을 살펴보죠. 샘은 인간의 행동을 수행합니다. 싸우고, 숨고, 세계와 상호작용하죠.

샘은 모사[시뮬레이트]된 인간입니다!

샘은 죽을 수 있고, 적에게서 달아나고, 피하고, 적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사물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죠. 게임 세계 속에서 샘은 물리적 성격을 나타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샘은 선택이 강력히 제한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선택은 모두 디자인 은유에 의미가 있죠.

기본적으로, 샘은 은유를 빠져나가는 것 외에는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실, 샘은 진짜 사람보다는 마리오에 가깝죠. 그의 행동은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반영합니다.

그렇다면 왜 샘은 아무거나 할 수 없게 되었을까요.

시뮬레이션 경계

제가 핫도그 판매대의 딜레마라고 부르는 걸 살펴보죠.

어느 지점에서 《스프린터 셀》의 디자이너는 샘이 지치거나 배고파하지 않는다고 결정합니다. 샘은 자기 일에서 손을 놓거나 임무를 거부할 수 없죠. 코니 아일랜드의 핫도그 판매대를 열 수도 없고, 제3차 세계대전을 유발할 수도 없습니다. 이 선택들은 게임에서 뒷받침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비숍이 그저 대각선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그래야 더 분명한 초점을 제시해 게임의 질을 높이기 때문이죠. 더 중요한 건 그게 디자인 은유를 충족한다는 겁니다.

어떻게 그럴까요?

의미 있는 행동만 할 수 있게 억제하면 모든 행동이 의미가 있게 됩니다.

다르게 말하면, 필요성의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 시뮬레이션에 경계가 ‘필요’ 할까요?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고, 우리는 매일 현실을 모사하는 수준에 가까워져 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길도 그 수익성을 증명할 테고…. 뭐 어쨌든…플레이어의 의도된 행동이 의미 있는가를 결정하는 ‘우리’는 누구일까요?

가상의 게임으로 ‘가상의 퀘이크 6′라는 걸 살펴보죠. ‘퀘이크 6′는 당신이 대각선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턴제 게임입니다. 어떤 적은…음…그 적을 죽일 수는 없지만…좋은 소식은 당신도 절대 ‘죽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저 누군가 당신을 죽일 ‘위치’에 있으면 패배하는 거죠.

당연히 시뮬레이션 경계가 필요합니다!

게임이 아무렇게나 체스를 흉내 내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아무렇게나 현실을 흉내 내지 않아야 한다.

물론, 경계가 필요하다고 해도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이제 문제는 플레이어가 물리적 혹은 개념적으로 그 경계를 건너거나 도달했을 때 어떻게 할까입니다. 가능하다고 지각했던 행동이 시뮬레이션 속에서 허락되지 않아서 플레이어가 결정이라고 할 수 없는 결정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게임은 우리가 디자인한 경계를 지나서 계속될 수 없고 디자인 은유는 무한하게 확장할 수 없습니다(아니면 그건 어떤 것의 은유가 아니라 어떤 것 ‘자체’죠).

디자이너에겐 몇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포함하도록 디자인을 확장하는 겁니다. 아니면 경계를 드러내는 실패를 뒷받침하고 플레이어가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할 수 있죠. 그것도 아니면 그냥, 게임을 끝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할 수 없는 선택이 있는데…바로 시뮬레이션 경계 너머를 계속 (안전하게) 시뮬레이트하는 겁니다. 안 되는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죠.

스프린터 셀의 시뮬레이션 경계

이제 살펴볼 것은 《스프린터 셀》에서 시뮬레이션 경계에 다가갔던 예시들입니다. 우리가 이 문제에서 다뤘던 선택과 가능한 해법들, 우리가 취했던 선택에 대해 말할 겁니다. 어떤 건 잘 됐고, 어떤 건 잘 안 됐습니다.

훌륭한 예는 CIA 바깥의 환풍기입니다. 샘이 CIA 건물에 들어가려면 멈춘 환풍기를 통해 잠입해야 하죠. 시간제한이 있는데, 문제는 이겁니다. 제시간에 못 들어가면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건, 게임을 끝내거나, 새로운 시나리오를 포함하게 디자인을 확장하거나, 플레이어가 제자리로 돌아오게 실패를 뒷받침하는 겁니다.

미션을 시작한 지 60초 만에 커다란 미션 실패 화면을 보여주고 게임을 끝내는 건 안 좋은 방법 같았습니다. 확실히 그건 플레이어에게도 명확하고 우리도 구현하기 쉽습니다만,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 때문에 아주 안 좋습니다. 문제에 대해 ‘죽으면서 배우는’ 접근법을 장려하게 되고, 그건 이 게임의 디자인 은유에 전혀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선택지는 디자인을 확장하는 거였습니다. 샘에게 새로운 장비나 능력을 주는 거죠. 그것도 멋질 테고 플레이어에게 권능을 주지만, 궁극적으로 기능 과다[feature creep]였고, 모든 환풍구, 혹은 모든 기계 오브젝트와 관련해 게임 전체에 시스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었습니다.

다른 선택지입니다. 저희가 결국 고른 것으로, 약간 더 어려운 대안을 주어 실패를 뒷받침하는 겁니다. 의도된 플레이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디자인 은유에도 더 적합하죠. 물론, 실제로 그 경로를 만드는 비용을 생각해야 했지만, 그게 그렇게 높진 않았기 때문에 이게 아주 좋은 해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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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를 들어보죠. 이 부분은 정말 저희가 실수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대사관 문의 암호였습니다. 플레이어가 키패드로 잠겨진 문을 적이 사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으로 조심히 다가가서 열 감지 시야로 눌러진 키를 알아내 문을 여는 거였습니다.

여기서 실패를 뒷받침하는 건 또 다른 경로를 추가한다는 의미였을 텐데요. 우리가 정성을 쏟은 길을 어려워해서 어떤 플레이어도 그 길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취했던 결정은 게임 끝내기였는데, 그 결과는 당혹스러웠습니다. 디자인 은유를 전혀 뒷받침하지 않았고, 더 웃긴 건 플레이어가 온라인 사이트이나 친구에게서 알아낸 암호를 보곤 미치도록 어려운 게임플레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부분 전체가 완전히 잘못된 결정이었던 겁니다. 교훈을 얻은 거죠.

아마 단순히 키패드로 잠근 문에 순찰하는 경비를 더 넣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을 겁니다. 플레이어에게 이 게임플레이를 강요된 방식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거죠. 다음번에는 제대로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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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예로 중국 외교관이 도살장에 인질로 잡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결정은 인질들이 죽으면 게임 오버가 되는 거였습니다. 여기선 이게 통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먼저,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습니다. 보통 플레이어는 죽을 힘으로 적이 인질에게 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다른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인물 중 한 명이 나중에 영상에서 나타나야 해서 그가 죽을 수 있는 건 금지였습니다. 그 이유가 아니어도, 게임의 디자인 은유는 동맹국의 외교관이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 수준까지 확장될 수가 없었습니다.

또 다른 이상한 예가 있습니다. 이건 완전히 제 잘못입니다…. 바로 첫 맵인 트빌리시 맵의 ‘거리에서 떨어져라’는 소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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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담긴 생각은 플레이어가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면 미국이 써드 에셜론의 능력을 의심하고, 조직을 폐쇄할 거라는 거였습니다. 문제는, 그게 논리적이긴 해도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기 쉬운 위협이 아니었습니다. 즉각적이지도 분명하지도 않았죠.

어떤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어떤 사람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실제로 그걸 만든 사람이긴 하지만, 여전히 어느 쪽이 올바른 해법이었는지 말할 수가 없네요.

경계 문제에 대한 해법

위의 예들이 경계 문제에 가능한 해법은 여러 가지라는 걸 분명히 밝혀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어느 것도 절대적으로 좋거나 나쁘지 않다는 게 요점이지만요. 관건은 주어진 해법이 게임의 디자인 은유 속에서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확장하는 건 플레이어에게 권능을 부여하기 때문에 좋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기능 과다와 난이도 문제 면에서 큰 비용을 지니고 있죠. 더해서 경계 바깥을 시뮬레이트하기 시작할 위험을 추가하는데…. 이건 언제나 나쁩니다.

이것의 예시가 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가상의 게임입니다.

이 가상 게임의 디자인 은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차량을 이용해 수행하는 이타적 행동을 통한 사회 개선

착한 일을 할 수 있어서 훌륭한 게임입니다. 예를 들자면….

  • 앰뷸런스로 아픈 사람을 태워 병원에 데려다 주기
  • 경찰차로 범죄자 체포하기
  • 택시로 사람을 데려다 주기
  • 소방차로 화재 진압하기
  • 피자 배달까지!!

하지만 이 모든 차량에는 제가 경찰 문제라고 부르는 사소한 디자인 문제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플레이어가 시민을 차로 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래서 디자인을 확장하는 걸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니다. 경찰이 와서 플레이어를 체포하려 하고, 플레이어가 체포되면(혹은 사고로 뭔 일이 일어나면) 단순히 경찰서나 병원으로 끌려가고 세계는 리셋됩니다. 시뮬레이션은 다시 처음부터 계속됩니다.

불행하게도, 이 해법은 첫 번째 문제로의 재귀가 됩니다. ‘확장된 경찰 문제’라고 부르죠. 간단하게 말하면….

“플레이어가 경찰을 차로 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음, 처음에는 경찰특공대가 옵니다. 다음은 FBI, 그리고 다음엔 애석하게도 군대가 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음, 군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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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짐작하셨겠지만, 착한 사마리아인은 ‘별난 GTA 3′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에는 경찰 대응 시스템이 있죠.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시뮬레이션 경계의 가장자리에 도달합니다. 플레이어는 상호작용 모형이 어디서 끝나는지 알고 싶어합니다. 시스템은 플레이어를 막는 데 완전히 실패하고, 1,500명의 경찰과 시민을 죽이고 누구도 택시에 태워주지 않았기 때문에 디자인 은유도 실패합니다.

경찰 대응 시스템이 게임의 제1시스템보다 더 복잡한 거죠.

더 복잡한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더 매력적입니다. 플레이어는 시스템의 끝을 쫓아서 적극적으로 게임 공간의 가장자리를 찾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경계를 넘어서 시뮬레이트하면 안 됩니다. 디자인 문제에서 벗어난 방법을 시험하거나 시뮬레이트하면 안 됩니다. 왜냐면 우리가 시뮬레이트하는 것이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을 안내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눈이 움직임과 빛에 끌리듯, 플레이어는 시스템에 끌립니다.

경계에 있는 시스템은 경계를 주목하게 합니다.

경계 문제를 다루는 또 다른 방법은 문제를 드러내는 실패를 뒷받침하는 겁니다. 이 해법은 플레이어에게 자유를 주어 의도적인 플레이를 증가시키고, 게임을 더 쉽게 만듭니다. 하지만, 작인의 느낌을 줄일 수 있다는 커다란 위험이 있죠. 특히 플레이어가 그의 행동이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환상만을 가지는 고수준 작인에 관련될수록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거라는 위협을 실감시키지 못한다면, 플레이어는 그의 행동이 그 위협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고 느껴서…고수준 작인은 감소합니다.

또 다른 선택지는 경계 문제를 단순히 게임을 완전히 끝내는 것으로 다루는 겁니다. 물론 이건 엄청난 게임 오버/미션 실패 논쟁을 일으키죠.

게임 오버가 진짜로 문제일까요? 글쎄요, 우리가 이걸 주제로 강연을 백 번 넘게 해도 분명한 답을 얻지 못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더 많은 생각을 해보고, 저보다 더 똑똑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토론을 해보고, 스프린터 셀의 몇몇 게임 오버 상황에 대해 상당한 불만의 소리를 듣고 나선, 글쎄요, 더는 완전히 확신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건 《타이 파이터》(TIE Fighter)와 《GTA 3》처럼 게임 오버나 미션 실패 시나리오를 잘 사용하는 우수한 게임이 있다는 겁니다. 게임 오버나 미션 실패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스프린터 셀》에서는 대부분 솜씨 있게 다뤄지지 못한 게 분명합니다.

《스프린터 셀》에서 그게 잘 되려면 몇 가지 간단한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아무도 죽이지 마라’처럼 규칙이 아주 분명할 때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또 ‘X를 죽이면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다’처럼 그 귀결이 분명하다면 잘 되는 것 같구요.

또 게임 오버를 피하려는 것이 예외적으로 강렬한 작인의 감정으로 이어질 때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걸려 있는 게 매우 클 경우죠. 플레이어가 실패의 영향으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게 합리적이라고 믿는다면, 실패하지 않았을 때 플레이어는 실제로 자신이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그런 감정의 정당성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고, 실패 위협의 현실성은…우리를 캐치-22(Catch-22)[4] 속에 남겨놓는군요.

최고의 접근법

《스프린터 셀》에는 저희가 무의식중에 사용한 기법이 있는데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지금 제 접근법 몇 가지에 영향을 준 것으로, 경계 문제를 다루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접근법을 ‘플레이어 끌어오지 않기’라고 부릅니다.

플레이어를 끌어오지 않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불신의 중지’의 게임판 개념인데, 저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경계를 시험하는 걸 단념시키는 식으로 플레이어에게 시뮬레이션 경계를 알리는 기술 (주: 플레이어 끌어오지 않기는 경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고민을 덜어주는 게 아니라, 문제를 우아하게 해결해야만 하는 고민을 덜어준다.)

《스프린터 셀》에는 이 접근법을 성공적으로 응용한 것이 적어도 두 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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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국방부에서의 시퀀스인데요. 레이저 마이크로 유리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엿들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거기에 시뮬레이션 경계가 있죠. 엘리베이터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도 플레이어를 발견하거나 플레이어가 그들을 공격한다면 게임 오버가 됩니다. 물론 세련되지 않은 해법이지만, 흥미로운 건 그게 통한다는 겁니다. 왜냐면 상황의 역동성이 플레이어를 경계로 돌진하는 부분으로 끌려가지 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는 장면에 감화되었습니다. 플레이어는 레이저 마이크의 사용과 컨트롤러의 조작…메커닉에 관여하죠. 사건의 극에 관여하고 대화에 흥미를 갖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자기가 적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고 그림자에 숨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도 알죠.

그 결과, 플레이어가 협조합니다. 장면을 세심하게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음으로써, 플레이어는 시뮬레이션 경계에 시선을 두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경계를 가로지르는 몇 가지 일반적인 접근법에 꽤 서투른 게임 오버를 사용할 수 있었고, 문제에 뛰어드는 점에 대해 대다수의 플레이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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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성공적인 적용은 대통령궁에서의 니콜라츠 역인질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도 상황은 강렬하고, 경계가 바로 앞에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시퀀스 동안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즉시 죽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감화되어 있습니다. 그는 메커닉에, 극에 관여되어 있고, 그가 안전하다는 것도 압니다. 램버트가 그에게 정전을 일으킬 거라고 알려줬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신의 역할을 알고 그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자, 실례가 되는 반증을 내놓으려고 오랫동안 어렵게 생각해봤습니다만, 끌어오지 않으려 ‘시도’했다가 실패한 게임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하나 생각할 수 있었던 건 《제다이 나이트》의 확장팩 “시스의 비밀” 마지막의 마라 제이드와 카일 카탄의 싸움입니다.

게임은 제가 카일 카탄과 싸울 수 없게 하도록 시도했습니다. 시뮬레이션 경계가 또 거기에 있었죠…. 그는 죽을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제가 있는지도 몰랐던 메커닉으로만 풀 수 있는 퍼즐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이기는 방법은 제 라이트세이버를 놓고 싸움을 거부하는 방법뿐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라이트세이버를 놓을 수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 결과 제가 게임에 협력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혹스러웠고, 몇 시간 동안 시뮬레이션의 서투른 경계를 마주했습니다.

결론

결론은, 모든 시뮬레이션에 시뮬레이션 경계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 경계는 디자인 은유에 적합해야 합니다. 분명한 경계와 경계의 분명한 묘사는 여러분의 세계를 더 일관되게 하고, 플레이어가 여러분의 세계를 믿게 도와주고, 전반적으로 세계 속 작인의 느낌을 높일 것입니다.

게임 디자인의 경계를 한정하는 걸 도와주는 수단과 접근법은 여러가지가 있고, 그 경계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수단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롭고 혁신적인 접근법은 사실 경계 문제 자체의 영리한 해법보다는, 플레이어를 가장 매력적인 길로 안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법들과 함께…플레이어가 시뮬레이션 경계에 도전하는 문제를 고치는 최고의 방법은, 플레이어에게 원하는 것을 줘서 먼저 문제를 예방하는 것일 겁니다. 뭔가 경험하기에 의미 있고 마음이 끌리는 것을요. (끝)

 

비숍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 스프린터 셀의 시뮬레이션 경계

번역: 밝은해 (디자인과 플레이)

번역 감수: 하이얼레인

최종수정: 2011년 4월 6일

The Interesting Thing About Bishops: Simulation Boundaries in Splinter Cell

written by Clint Hocking

translated by Sun B. Kim of Design & Play

원 저자인 클린트 호킹은 글의 원본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번역본도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번역본을 활용할 때는 원 저자(클린트 호킹)와 번역자(밝은해/디자인과 플레이),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대본에 삽입된 그림이나 사진은 인용된 것으로 활용용도에 따라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주석

  1. 역주: 작인과 의도성

    ‘작인’과 ‘의도성’ 개념을 더 근원적으로 이해하고픈 분들을 위해, 두 개념이 나온 원전에서 해당하는 구절을 인용했다.

    “작인이란 참여자가 의미 있는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고, 또 그 자신이 내린 결정과 선택의 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만족스러운 능력을 의미한다. 파일을 더블 클릭하여 그 파일이 눈앞에 열리는 광경을 목격할 때, 또는 펼쳐진 화면에 숫자를 기입하여 그것이 전반적으로 재조정되는 모습을 목격할 때, 우리는 컴퓨터에서 작인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중략) 카지노 게임의 플레이어는 다이얼을 돌리며 게임을 실행하고 돈을 교환하는 등 매우 분주하게 게임에 몰두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진정한 작인은 아니다. 이 같은 플레이어의 행위가 어떤 효과를 유발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행위가 참여자 자신이 선택한 결과는 아니며 그 효과 또한 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발생되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체스와 같은 게임은 상대적으로 행위가 많지 않은 편이면서도 상당한 정도의 작인을 발휘한다. 이런 게임들에서 행위는 선택 가능한 범위에서 선별되어 매우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며, 이것이 전적으로 게임의 과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작인은 참여와 행위 양자를 뛰어넘는다.”

    - 자넷 머레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한용환, 변지연 공역) (번역본을 인용했으며, agency를 그대로 음역해 에이전시라고 번역한 부분만 ‘작인’으로 고쳤습니다)

    “목표물을 축적하고, 세계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과정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에 힘을 쏟아붓고 관여하도록 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우리는 이것을 ‘의도’라고 부를 것이다. 의도는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할 수 있게 하고 장려한다. 강을 건너려고 즉석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거대한 비밀을 풀려고 여러 단계를 밟는 계획까지, 의도는 각각의 수준에서 작용할 수 있다. ”

    - 더그 처치, Formal Abstract Design Tools [본문으로]

  2. 역주: 체스의 비숍[bishop]은 영어로 지역 교구를 관리하는 기독교 성직자 ‘주교’를 가리키는 말이다. 즉, 현실에서 주교가 어디를 걸어가든 달리든 차를 타고 가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것과 달리, 체스에 묘사된 주교[비숍]는 대각선으로 움직일 뿐이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3. 역주: 체스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부연설명

    비숍의 위치와 이동

    오른쪽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체스에서 비숍의 시작 위치는 왕과 여왕의 왼쪽, 오른쪽(‘왕의 귀’)이고 두 비숍은 각각 체스판의 검은 칸과 흰 칸에서 시작한다.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비숍의 특성상 검은 칸에서 시작한 비숍은 검은 칸에서만, 흰 칸에서 시작한 비숍은 흰 칸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색상에 구속되는 내부 분파”). 한 색을 담당하는 비숍을 잃는 건 나이트나 룩 같은 다른 말을 잃는 것보다 의미가 크다. 해당 색상에 대한 비숍의 공격 가능성을 다른 비숍이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폰의 이동

    폰의 공격

    또한, 폰은 첫 움직임을 제외하면 앞으로 한 칸씩 밖에 이동할 수 없지만, 정면에 있는 유닛을 잡을 수는(“살해할 수는”) 없다. 다른 유닛을 잡으려면 그 유닛이 자신과 대각선으로 한 칸 거리에 있어야 한다. 호킹은 이 대각선 움직임을 비숍의 대각선 움직임과 비교해서 “살해를 위해서는 종교적 확신이 필요” 하다는 은유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호킹의 논지를 간단히 하면, 자신이 체스의 은유로 전제한 “동등한 계층제 봉건 국가 사이의 전략적 전쟁” 속에서, 비숍의 초기 배치와 제약된 움직임이 “봉건 국가의 주교[비숍]“라는 은유를 충실히 해내고 있다. 즉, 어디로나 갈 수 있는 현실 속 주교[비숍]의 움직임을 흉내 내지 않기 때문에 체스의 은유를 충실히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4. 역주: 미국 작가 조지프 헬러가 쓴 동명의 풍자 역사소설(번역출간되어 있다)에 나오는 개념으로,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에 있지 않아야만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자기모순의 순환논리 구조.

    소설 속에서 전투기 조종사는 전투기 조종을 그만두고 싶은데, 그만두려면 부대의 비행 군의관에게 ‘제정신이 아니라’는 비행 부적합 판정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판정을 받으려면 스스로 군의관에게 검진을 요청해야 하고, 그것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제정신이라는 충분한 증거가 된다. 조종사가 요청하지 않으면 진료를 받을 수 없어 실제로 미쳤다 하더라도 그것이 밝혀지지 않으므로 계속 비행을 해야 한다. 즉, 부적합 판정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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